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미래는 누가 책임 질 수 있나요?
뛰어난 인재가 아니라면 그 누가 그 자리를 짊어지겠어요?
미래 재능 전멸 사건 당시 OO의...
“사립일신고등학교”는 특정 분야에서 우월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립 고등학교이며, 2050년도에 설립된 이후 수많은 재능인을 계속해서 배출해냈다. 현재도 각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교의 졸업생이기에… 이 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인생을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본교가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많이 배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입생 모집 방식에 있다. 사립일신고등학교는 특이하게도 예비 고등학생의 입학신청을 일절 받지 않으며, 오로지 학교 측에서 직접 선별한 인재들을 스카우트하는 형태로 신입생을 받는다.
선별 기준으로 공개된 것은 두 가지이다. 현역 고교생일 것, 특정 분야에 우월한 재능을 가질 것. 특정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소문이 나기 십상이라는 점을 이용해 소문의 주인공인 우월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에게 입학 통지서를 우편으로 보내는 것이다. (우편이 닿지 않는 지역의 경우, 교내 사람을 직접 보내기도 한다) 그 외의 입학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교를 입학한 이들을, 전원 고교생이라는 점을 들어 ‘초고교급’이라고 칭한다. 이들은 공인된 인재이자 나라의 장래를 담당하는 “희망”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본교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세간은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렇기에 교육 시설에 한해 국내 최고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공식적인 정보는 아니지만 졸업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들리는 정보로는 수영장, 볼링장, 영화관 등 교육 시설 외에도 학생들의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시설이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본교는 3년 전(2069년)을 마지막으로 17기 졸업생을 배출한 후 18기 19기 20기 학생을 졸업시키지 못한 채로 운영이 일시적으로 멈췄다. 그 이유는 “2070-미래재능전멸사건” 때문이다. “2070-미래재능전멸사건”이란, 3년 전 학교 내부에 잠입한 ‘초고교급 절망’에 의하여 퍼진 절망을 ‘초고교급’이라고 불리는 학생들이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여 맞서 싸우다 18기~20기의 재학생 전원이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이후 한동안 본교에 대한 소식이 없어 학교가 폐쇄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현재 다시 이 학교에서 신입생을 받게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간이 다시 주목하고 있다. 사립일신고등학교는 세계의 미래를 위하여 다시 학교를 개방하여 초고교급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본교는 잃은 손실이 매우 큰 나머지 현재의 초고교급 아이들로만 미래에 희망을 걸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여러 회의를 거쳐 당장 절망에 대적할 수는 없지만 일반인들보다는 확연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초고교급’으로 성장시키는 반을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다만 학교 측에서는 능력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학생들을 “미래재능전멸사건”으로 인해 어지럽혀진 세상에서 당장 찾아낼 인력과 시간이 부족했고, 따라서 신입생을 받기 위한 면접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면접의 기준은 오직 ‘가능성’을 보고 판단하며 개인에 따라서 다른 기준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고 공표되었다.
우리들은 그렇게 새로이 개설된 ‘B반’(비공식적으로 열등반이라 불린다) 1기 학생들이며, 세간에서는 초고교급이 되고자 하는 초우등급 이라고 불린다.
‘초우등급’으로 입학하였더라도 본인의 우월한 재능을 찾았을 경우, ‘초고교급’들의 반인 ‘A반’으로 학급을 옮길 수 있다고 안내하였으나… 우리들은 그런 변변찮은 재능을 찾지 못해 여전히 B반인 채로 졸업을 준비하고 있다. 초우등급은 어디까지나 시범 제도이기 때문에 1기인 우리들밖에 없고, 후배들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간 씁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결국 ‘초고교급’으로 칭하는 이들을 동경하는, 어디까지나 ‘실패한 초우등급’으로써 졸업하게 될 것이다. 아무런 일이 없다면 말이다…….